Graham 30년을 비껴간 강력한 자장 - 그레이엄 오디오 LS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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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Jwon Korea 댓글 0건 조회Hit 4,803회 작성일Date 19-10-11 17:56본문
BBC 모니터
더들리 헤어우드, 스펜서 휴즈 그리고 레이몬드 쿠크.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모니터 스피커의 바로미터 LS3/5A 스피커를 만든 장인들이라는 점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방송국이자 전세계적으로 가장 커다란 규모를 자랑하는 BBC 가 자신들의 방송 프로그램 모니터용 스피커를 만들기 위해 만든 스피커가 LS 시리즈였다. 그리고 저 세 명은 BBC 가 설계해 표준화한 일명 ‘BBC 모니터 스피커’를 라이센스 받아 만든 가장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최근 몇 년간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KEF LS50 스피커 또한 BBC 모니터의 자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아니 현대 모니터 스피커는 거의 대부분 BBC 모니터에 일부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BBC 모니터처럼 현재까지 계속해서 원전이 리바이벌되고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 면에서 BBC 모니터 스피커는 역사적으로 가장 표준적인 모니터 북셀프라는 사실에 이견이 없다. 문제는 원전의 원래 제조 목적과 독보적인 설계 방식 그리고 세세한 노하우 등 BBC 모니터 스피커만의 에센스를 배제한 채 무분별하게 복각되는 경우다.
원형을 그대로 모방해 당시 제품과 최대한 동일하게 만들어야하는 복각 작업이 여러 메이커들에 의해 왜곡된 형태로 카피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한편 오리지널 BBC 모니터 스피커의 인기와 함께 그 가격이 출시가를 훨씬 웃도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마니아는 마치 와인을 연도별로 모으듯 로저스 LS3/5A를 수십 개씩 모으는 경우도 있다.
그레이엄 오디오
이와 같은 BBC 모니터 스피커에 대한 현재의 인기는 BBC 모니터의 재평가로 이루어졌고 여러 후속기들을 양산했다. 그리고 그 중 기존 메이커가 아닌 새로운 메이커, 그것도 BBC 의 고향이 아닌 네덜란드 브랜드가 BBC LS 시리즈 리바이벌에 뛰어들었다. 폴 그레이엄이 이끄는 그레이엄 오디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레이엄 오디오의 대표 폴 그레이엄은 20년 넘게 프로페셔널 오디오 문야에서 일한 베테랑으로 레코딩은 물론 방송 분야에까지 음향 업계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음향, 방송, 공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력을 가진 그는 그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고 즐겨 사용해왔던 BBC 사운드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했다.
그리고 직접 BBC 모니터 스피커를 새로 제작하기로 결심하고 가족과 함께 그레이엄 오디오를 설립했다. 지역은 영국 남서부 데본 지역을 베이스 캠프로 삼았다. 첫 번째 모델은 BBC LS5/9 였는데 이 모델은 평론가와 사용자들로부터 호명으로 받았고 이에 고무된 그레이엄은 LS5/8을 제작, 출시했다. 현재는 LS3/5 까지 출시해 총 세 개의 연작을 마무리한 상태다.
LS 5/9 의 재탄생
매우 다양한 과학적 실험 결과와 진보된 측정 기술은 BBC LS 5/9을 만들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레이엄은 그 어떤 진보된 기술보다 당시에 만들었던 BBC 사운드를 얻으려는 시도를 했고 여러 방책을 마련했다. 설계 도면이나 사용 부품에 대한 것은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쉽게 BBC 모니터 사운드가 만들어지진 않았다. 그레이엄은 BBC 의 당시 모니터 스피커 연구를 바탕으로 모든 사항을 세밀하게 분석해 재구성했다. 물론 BBC 로부터 해당 모델에 대한 라이센스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기존에 출시된 카피 제품 수준의 스피커 제작은 그에게 관심 밖이었다. 정말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하는 완벽한 재발매를 원했다.
이 과정에서 그레이엄은 한 명의 귀중한 조력자를 만나게 된다. 그는 바로 스펜더의 창립자인 스펜서 휴즈의 아들인 데릭 휴즈다. 그는 스펜서 휴즈의 아들이면서 현재 하베스 스피커의 개발해도 참여하는 등 BBC 의 3세대를 이어가고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하베스 모니터 40.1 같은 역작이 나올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역할이 컸다. 또 한 명의 조력자는 볼트 오디오의 데이빗 리스다. 볼트 오디오는 영국 스피커 메이커인 PMC, 프로악 등에 유닛을 납품하는 메이커로 BBC 사운드와 유닛에 대한 최고 수준의 구루로서 그레이엄의 BBC 사운드 재현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었다. 요컨대 데릭 휴즈가 전반적인 설계와 노하우 등 복원에 대한 조력자였다면 데이빗 리스는 실제 제조에 필요한 유닛 납품과 크로스오버 테스트 등 제품 제작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LS 5/9 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당시는 1983년 이제 막 CD 가 출현해 LP를 대체하던 시절이었다. 지금처럼 고해상도와 광대역 마스터 음원이 유통되던 시절이 아니다. 그레이엄은 현재 음향 수준에 맞으면서도 철정한 고증을 통해 LS 5/9를 리바이벌했다. 우선 트위터는 34mm 소프트 돔 트위터로 당시 프랑스의 유닛 제조사 오닥스의 것이다. 해당 트위터는 다행히 오닥스에서 생산하고 있는 후속 모델을 사용했으며 오리지널 버전에 거의 가깝게 만들어졌다. 우퍼는 200mm 구경으로 원래는 로저스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현재는 흔적조차 없어진 유닛이다. 따라서 당시 유닛의 폴리프로필렌 다이어프레임을 새롭게 제작해 오리지널 유닛과 최대한 동일하게 완성해냈다.
두 유닛 모두 오리지널과 완벽히 동일한 특성을 갖기는 힘들다. 그래서 당시 유닛과 약간의 오차는 크로스오버를 통해 보정했다. 총 24개의 부품을 사용하고 정밀하게 설계, 검수한 크로스오버를 장착했고 주파수 대역은 ±3dB 기준 50Hz에서 16kHz 까지 커버한다. 저역에 있어서는 당시 오리지널 스피커의 저역한계 56Hz보다 더 낮아진 설계다. 고역의 경우 원래 FM 방송의 고역 주파수 한계가 16kHz 이하기 때문에 16kHz에서 끊었다고 하는데 사실 현재 서비스되는 고음질 스튜디오 마스터에서는 부족한 경우가 있을 수도 있겠다. 능률은 87dB SPL (2.83V, 1m)이며 전면 포트 형식의 저음 반사형으로 오리지널과 동일하다.
셋업 & 청음
청음은 가로, 세로 모두 약 4미터 정도에 청취거리 3미터 정도의 니어필드 환경에서 이루어졌다. 꽤 무거운 철재 스탠드를 받쳤고 후면 싱글 바인딩 포스트엔 오디오퀘스트 스피커케이블을 연결했다. 그레이엄 LS 5/9는 여타 BBC 기반 스피커들처럼 인클로저 소재로 자작나무 합판(birch plywood)을 사용했다. BBC 설계 표준 중 ‘Thin Wall’ 이론에 근거한 것으로 보기보다 매우 얇은 합판을 사용했고 내부 댐핑 소제로는 중간 정도 밀도의 암면(rockwool)을 적용했다. 따라서 약간의 통울림을 예상할 수 있다.
- 앰프는 그리폰의 아틸라를 그리고 소스기기로는 캠브리지 851N 등 현대적인 설계의 최신 제품들로 매칭했기 때문에 예상보다는 더 세련되고 해상력이 높은 소릴 들려주었다. 웅산의 ‘I love you’를 들어보면 웅산의 보컬에서 음색, 음정, 두께 등이 여실이 드러난다. 낮은 고역과 높은 중역 대비가 크고 고역 롤오프가 빨라 상대적으로 중역의 보컬이 강조된다. 따라서 도톰하고 진한 보컬의 뉘앙스가 매우 정확하고 섬세하게 그려진다. 상당히 중립적이면서도 세밀한 중역이 인상적인데 목청의 떨림이 느껴질 정도로 정확하고 볼륨감이 생생하게 표현된다. 모니터 스피커답게 전체적인 밸런스 자체는 매우 잘 잡혀있다.
- 조르디 사발의 [La folia]를 틀자마자 첫 번째 트랙에서 고역 대역의 디테일이 귀를 스친다. 물론 고역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광대역 하이엔드 스피커나 초고역을 재생하는 리본 트위터처럼 공간을 휘감는 잔향과 앰비언스 표현은 어렵다. 하지만 고역이 답답하거나 절대 어둡지 않고 해상력도 매우 훌륭하다. 낮은 볼륨에서도 제법 깨끗하고 섬세한 악기 질감을 잘 이끌어내 보여준다. 아무래도 가장 특징적인 대역은 중역대로 현악은 매우 절도 있고 밀도가 높아 진한 소릿결이 돋보인다. 통울림이 다소 있어 잔잔한 여음을 들을 수 있는 것은 BBC 의 일관된 특성이다. 그러나 기존 BBC 기반 스피커보다는 상대적으로 더욱 선명하고 타이트한 편으로 들린다. 이것은 매칭한 앰프의 특성에 따른 영향도 크다고 판단된다.
- 제프 백의 ‘Hammerhead’ 같은 록 음악에서는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매우 묵직한 에너지가 공간을 휘감는다. 롤오프가 느껴지는 고역에 비해 밀도가 높고 중립적인 중역은 록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비트의 중심에 있는 드럼과 베이스 기타는 굵고 진하게 리듬 라인을 읊어 나간다. 저역이 깊지는 않지만 해상력이 좋고 추진력이 뛰어나 매우 흥겹다. 적어도 록 음악에서는 너무 부드럽고 섬세한 최근 하이엔드 스피커보다 그레이엄 LS 5/9같은 스피커가 좀 더 듣는 맛을 북돋운다. 마치 굵은 연필로 꾹꾹 눌러 써서 패임이 깊은 느낌의 정직하고 묵묵한 모니터의 본모습이다.
- 모든 스피커 디자인 중 각 대역의 담당 주파수에 따른 시간차가 가장 작은 것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2웨이 형식에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적용한 것 그리고 평판 디자인이다. LS 5/9 의 경우 2웨이 저음 반사형이며 트위터와 미드/베이스와 매우 가까이 붙어있는 설계다. 어느 정도 청취거리를 둔다면 거의 동축 상의 발음원으로 인식된다. 시간 차에 따른 트랜지언트 특성의 왜곡은 음장감, 정위감은 물론 리듬, 페이스 & 타이밍에까지도 영향을 준다. L.A. 4 의 ‘Spain’을 들어보면 이런 부분에서 그레이엄 LS 5/9의 성능은 예상을 압도한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발표한 스피커 설계 표준을 고증해 제작한 스피커라고는 믿기 힘들다. 리듬 파트의 움직임이 빠르면서도 서로 섞이지 않고 뚜렷하고 힘찬 재생 능력을 선보인다. 입체적인 무대, 전후로 깊게 형성되는 세밀한 레이어링까지 기대하기는 무리다. 하지만 오리지널의 그것을 한참 넘어서는 것만은 분명하다.
총 평
최초 LS 5/9가 출시되었을 때를 회상해보자.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음악 프로그램을 녹음하면서 BBC 의 프로듀서나 엔지니어는 이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모니터링했을 것이다. 당시가 1983년인 점을 감안하면 80년대 영미권의 팝음악 또는 고전 음악, 재즈 등이 영국의 낮과 밤을 물들였을 것이다. 방송국 라이브러리에는 엄청난 양의 LP 가 있었을 것이고 이제 세상에 나온지 면 몇 년 안된 CD 가 그 자리를 급속히 대체해가고 있었을 것이다.
현재는 2016년이다. 무려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양자화 기술은 비트레이트와 샘플링레이트의 수준을 더욱 높여놓았고 16bit/44.1kHz를 넘어 24bit/96kHz, 24bit/192kHz 까지 즐기고 있다. 그러나 그레이엄이 재현한 LS 5/9 의 소리는 현재 이 순간에도 여전히 매력이다. 물론 LS 5/9의 자장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재생 대역의 한계 덕분에 고역의 롤오프도 보이며 저역의 경우 많은 현대 북셀프에 비해서도 한계가 명확하다. 하지만 반대로 고역의 피곤함이 덜하고 저역의 경우 오리지널에 비해 매우 훌륭한 해상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스피커에서 듣기 힘든 충실하고 중립적인 중역은 하루 종일 들어도 웬만해서는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BBC 모니터 또는 BBC 사운드와 그 역사와 모델들에 대해 깊은 관심과 수집욕까지 가진 사람들에겐 아마도 가장 훌륭한 리바이벌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S P E C
System | 2 Way, reflex loading |
---|---|
Enclosure | Thin wall construction, birch plywood |
Finish | Real wood veneer |
Dimensions (w/h/d) | 28cm x 46cm x 27.5cm |
Weight | 14kg |
Frequency response | 50Hz to 16kHz, ±3dB |
Nominal impedance | 8Ω |
Sensitivity | 87dB SPL (2.83V, 1m) |
Maximum output | Over 100dB for a pair at 2m |
Bass/midrange | 200mm Diaphnatone polypropylene |
Tweeter | Son Audax HD13D34H |
Recommended amplifier power | 50 to 200 watts unclipped programme |
제품문의 | 제이원코리아 (02-706-54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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